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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인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AVPD)
대인관계에서의 두려움, 민감성, 그리고 부적절한 느낌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대인 관계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정신 건강 상태입니다. 이 장애는 주로 타인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피하거나 제한하는 행동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회피성 인격장애를 이해하려면, 그 특성, 원인, 진단 기준, 치료 방법을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례
대학교 3학년 학생인 P군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고 힘들다. 특히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너무 불안하게 느껴져서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 어떤 강의를 수강했다가도 교수가 발표를 시키거나 조별활동을 해야 한다고 하면 그 과목을 취소한다. 학과의 지도교수를 만나야 하는 일이 있지만 왠지 지도교수가 무섭게 느껴지고 야단을 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지도교수를 찾아가지 못한다. 학교 캠퍼스에서도 여러 사람이 앉아 있는 앞을 지나가는 일이 두려워 먼 길을 돌아다닌다. 버스나 전철을 탈 때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며 무언가 흉을 볼 것 같아 긴장하게 된다. P군은 미팅에 대한 호기심이 있지만 처음 만난 낯선 이성과 만나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어색해 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여 대학 3학년이 되도록 미팅 한번 하지 못했다. 현재 P군은 고등학교 동창이나 익숙한 학과 친구 한두 명 외에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
◆ 특성 및 증상
1. 대인 관계에서의 어려움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이 거부당하거나 비판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종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상황에 부닥치는 것을 피하고, 이러한 회피적인 행동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습니다.
2. 부정적 자아상
회피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종종 자신이 부족하거나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판할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아상의 왜곡은 대인관계에서 더 큰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3. 과도한 감정적 민감성
이들은 타인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작은 비판이나 견해차에도 심하게 상처받을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이러한 감정적 민감성은 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대인관계를 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 원인
1. 유전적 요인
일부 연구에서는 회피성 인격장애가 가족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특정 성격 특성이 유전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회피적인 성향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발달적 요인
어린 시절에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이나 트라우마는 회피성 인격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방임이나 비판, 혹은 학교에서의 따돌림과 같은 경험은 자존감을 저하할 수 있고,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회피적인 행동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심리적 요인
낮은 자존감과 타인에게 비판받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은 회피성 인격장애의 핵심 심리적 특성입니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실수하거나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며, 이러한 두려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화됩니다.
◆ 진단 기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에 명시된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진단됩니다.
1.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비판, 거부, 혹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과도하게 두려워하며 이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음.
2. 사회적 상황에서의 회피: 대인관계에서의 불안감으로 인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회피함. 특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두려워함.
3. 자존감의 저하: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함.
4. 비판에 대한 과민성: 타인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은 비판에도 깊이 상처받음.
5. 대인관계의 제한: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시도하지 않음.
◆ 치료 방법
1. 심리치료
회피성 인격장애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입니다. 이 치료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긍정적인 사고로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회피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CBT는 이러한 왜곡된 인식을 수정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는 환자가 두려워하는 사회적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되어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덜 두려운 상황에 노출되다가, 점차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도록 하여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합니다.
2. 약물 치료
심리치료와 함께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 치료가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불안감과 우울증을 완화해 회피성 인격장애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제한적이므로 심리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대인관계 훈련
회피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인관계 훈련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은 이들이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줄이고, 더 나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훈련은 그룹 치료에서도 자주 활용되며, 그룹 내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적 기술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 다른 인격장애들과의 차이
회피성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은 부정적 평가에 대한 공포감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측면에서 타인들과 접촉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존성 인격장애 또는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는 경우도 타인으로부터의 비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둘과의 차이점은 예를 들면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비판에 대해 거부하고 자신의 결점을 부인하는 쪽으로 반응하는 반면, 회피성 인격장애는 비판을 쉽게 인정하고 자신이 멍청하다거나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또한 분열성 성격장애는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이 없는 반면, 회피성 인격장애는 이런 걱정이 많은 차이점이 있다.
두 인격장애 모두 내향성이고 대인 관계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으나, 분열성 인격장애를 겪는 사람은 차갑고 긍정적인 정서의 정도가 낮은 반면에, 회피성 인격장애를 겪는 사람에게서는 따뜻함과 긍정적인 정서가 어느 정도 나타난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이런 특징이 억제되어 있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 회피성 인격장애의 특징이다
◆ 결론
회피성 인격장애는 대인관계에서의 두려움과 부적절감으로 인해 개인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장애입니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심리치료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하고 대인관계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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